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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텃밭은

겨울 텃밭 돌아보기

절기는 입춘을 지나 우수를 향하고 있다. 그간 포근하던 날씨가 입춘 다음날, 아침 기온 영하 12도(체감기온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다. 다음날엔 오랜만에 서울 시내에 함박눈까지 쏟아져 그제야 겨울날씨를 살짝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런 날씨 속에서도 흙은 얼었다 풀렸다를 반복하며 부드러워져 간다. 부지런한 도시농부들은 봄에 심을 고추 모종과 고구마 순을 준비하고 거름을 뒤집어 주며 바쁘게 보낸다. 게으른 나는 여전히 방학 중이다. 그래도 발자국 소리라도 좀 들려줘야겠다 싶어 짬을 내어 텃밭을 돌아봤다.

우리 밭의 월동 작물은 마늘, 부추, 대파. 작년 가을에 심은 마늘은 흙 속에서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싹을 피워올릴 때를 기다리고 있다. 대파는 애기 손가락만한 줄기를 내놓고 겨울을 보내고 있고 김장하고 남았던 갓 중에 일부가 살아 남았다.

고라니 몇 마리가 텃밭 여기저기에 발자국과 배설물을 남겨 놓았다. 먹을 것도 별로 없을텐데. 나는 배추, 고구마, 콩 농사를 짓지 않아서 야생동물때문에 골치 아플 일이 별로 없는 편이다. 기껏해야 어린 고춧잎이나 무청을 뜯어 먹는 정도.

텃밭 주변 과실수들을 살펴봤다. 잎이 달려 있을 때는 몰랐는데 대추와 보리수에 가시가 돋아 있었다. 둥글둥글 달달하기만 한 줄 알았던 너도 가시를 품고 있었구나. 두릅, 오가피, 산초나무처럼 온 줄기에 돋은 것이 아니라 어린 줄기에서만 발견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초식동물로부터 여린 잎을 보호하려는 본능 때문이 아닌가 싶다.

농막에 잠시 앉아 쉬는 동안 때까치, 박새, 딱새를 관찰했다. 아니 녀석들이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심심하던 차에 내가 나타나 호기심이 생겼을 수도, 뭔가 먹을 것을 흘리고 가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을 것이다. 조카들 빈 손으로 보내는 것처럼 괜히 미안해진다. 다음 주엔 모이를 준비해 와야겠다.


그나저나 농막 안에 쥐가 있다. 이쪽에서 달그닥 저쪽에서 달그닥.
아! 올해는 경자년, 쥐의 해인데… 쥐약을 놔야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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