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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가뜩이나 경제적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데, 큰 일교차와 강풍이라는 변덕스런 계절 변화에 적응하느라 몸까지 축 쳐지는 요즘이다. 그래서인가. 때를 맞춰 어김없이 꽃을 피우는 식물을 보면서 작은 위안과 희망을 얻게된다.

요즘 내 최애 식물은 도심에서 텃밭에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제비꽃. 제비꽃, 호제비꽃, 남산제비꽃, 미국제비꽃… 종류도 어찌나 다양한지! 흙이라고는 보이지도 않는 담벼락 아래나 제 키보다 큰 풀 사이에서 옹기종기 모여 꽃을 피워 올린 제비꽃을 보면 누구라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도대체 어떻게 이런 곳에 자리를 잡았을까 싶어 알아보니, 제비꽃은 작고 여리여리한 외형과 달리 상당히 담대한 종족번식 전략을 구사하기로 유명했다. 크게 – 꿀주머니, 폐쇄화, 엘라이오솜 – 3가지 키워드로 요약되는 제비꽃의 종족 번식 전략을 살펴보았다.

많은 식물은 곤충을 수분에 이용하기 위해 눈에 띄는 색깔과 허니 가이드로 꽃잎을 장식하고 꽃꿀을 내어준다. 제비꽃은 꿀주머니를 길고 좁게 만들어 곤충을 좀 더 깊숙히 유인한다. 단 한번의 기회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변덕스런 날씨로 곤충의 도움을 받을 수 없거나 주변 식물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과감하게 자가수정을 해버린다.

그렇게 만든 종자를 제비꽃 스스로 튕겨내기도 하지만 보다 널리 퍼뜨리기 위해 개미를 활용한다. 종자의 외피를 개미들이 좋아하는 엘라이오솜 – elaiosome. 그리스어 ělaion(oil)과 sǒma(body)의 합성어.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 – 으로 포장해 집으로 가져가게 하는데, 애벌레의 먹이로 쓰이고 남은 종자는 다시 개미집 밖으로 버려져 싹을 틔우게 된다.

내가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지금은 돌아가신 조동진의 노래때문이었을까. 작고 여린 소녀인줄만 알았던 제비꽃이, 실은 누구보다 당차고 지혜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


제비꽃은 여전한데 좁은 골목길을 쏜살같이 누비던 제비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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