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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텃밭은

평균은 재미가 없다

작년 가을, 태풍에 농막 지붕이 날아갔다. 나무 플랫폼을 짜서 바닥과 벽을 세우고 그 위에 차고용 텐트를 씌워 놓았었는데, 벽을 타고 들어온 바람이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하고 그만 텐트 지붕을 터뜨려버린 것이었다.

비바람이 잦아든 주말을 기다렸다가 서둘러 지붕을 만들어 올렸다. 기존의 플랫폼 위에 서까래를 올려 합판을 붙이고 그 위에 아스팔트싱글을 씌웠다. 짧은 시간에 문제를 해결한 것 같아 내심 자랑스럽고 그랬다. 그랬는데…

금새 문제점이 발견됐다. 기존의 벽은 지붕을 올릴 것을 생각해 만든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방향으로든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일단 보강은 했지만 올해 또 강력한 태풍을 만난다면 어찌될 지 모른다.

텃밭 이웃들은 차라리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를 놓으라고 한마디 하신다. 코딱지만한 농막에 들어간 자재값이며 들어간 품과 시간이 아깝지 않냐며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잘 안다. 어떤 심정으로 이야기하는지. 짧지 않은 인생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들어왔던 소리다. 남들만은 못해도 평균은 하라고, 다 알아서 한다더니 이럴줄 알았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던지는 한마디.

가끔 귀농한 분들의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 위치도 재료도 사는 사람도 제각각인데 평면은 하나같이 비슷하다. 아파트를 정말 좋아해서인지 다른 것을 떠올려본 적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참 재미가 없다.

텃밭 설계도 그렇다. 관행농의 밭을 빌려쓰는 경우는 말할 것 없고 동호인들끼리 운영하는 주말농장도 어디나 똑같다. 밭 모양과 가꾸는 작물이 다 비슷하다. 텃밭을 해보면 알겠지만 어떻게해도 사먹는 것보다 비싸다.

그럼 재미라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마음껏 상상해보고 실행해보고 실패해보고 개선해보고 기구가 손에 착 달라붙고 손발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는. 그리하여 나만의 뭔가를 만들어내는 재미.


10피트 컨테이너 농막에 들어가봤는데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어요.
낮고 좁아서 폐쇄공포증이 절로 생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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