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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걸으며

화암사 숲길에서 산토끼를

2019년을 보내며 마지막으로 찾은 고성 화암사 숲길. 금강산 일만 이천봉의 남쪽 끝 첫 봉우리인 신선봉 자락에 자리잡았다하여 ‘금강산 화암사’라 부른다. 신라 혜공왕 5년(769년)에 창건된 고찰로 동해가 손에 잡힐 듯 내려 보인다. 사찰 맞은편의 수바위를 비롯해 숲길 전 구간에 걸쳐 특이한 모양의 바위들이 눈길을 끈다.

일주문에서 사찰입구까지는 깨닮음을 담은 ‘선시의 길’이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차로 외에 보행로가 따로 없어 명상과 사유의 즐거움을 누리기에는 다소 불편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주차장(유료 1일 3천원)에서 선사의 길을 따라 1킬로 정도 걸어 올라가면 왼편으로 화암사 숲길 입구가 나타난다.

숲길은 3.2km 길이에 등산로(1.2km)와 산림치유의 길(2.0km)로 구성되어 있다. 신선대에 오르는 등산로는 완만한 경사길이지만 낙엽과 마사토가 많아 다소 미끄럽다. 산림치유의 길은 흙길이라 비나 눈이 내리면 진창이 되기 쉬워보인다. 출구 계곡 주변에는 원형철조망이 있어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왕관 모양의 수바위에 오르고 싶었지만 바람이 너무 세서 패스. 수바위를 쌀바위라고도 했다는데, 주변에 잘게 부서진 돌가루가 마치 쌀알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르는 길에는 설악산 상봉이, 뒤로는 멀리 속초시내와 영랑호가 내려다 보인다. 신선대에서 성인대 가는 길은 출입금지 지역이라 패스(했는데 일단의 등산객이 넘어온다).

숲길 입구에서 시루떡바위까지는 소나무와 잣나무 등 침엽수립이 우세. 신선대 구간에는 참나무가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이사이 팥배나무, 병꽃나무, 쪽동백, 함박꽃나무를 발견된다. 계곡 주변으로는 서어나무 군락지가 있다. 또한 숲길 전체에 걸쳐 철쭉과 진달래가 빽빽하게 자리잡았다. 봄에 방문한다면 울긋불긋 물든 산을 볼 수 있으리라.

산맥을 넘은 강풍에 바다쪽으로 휘거나 한쪽으로만 가지를 뻗은 나무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잣나무 잎은 섬잣나무의 것처럼 짧다. 서어나무의 수피도 도심에서 보던 것과 조금 다르다. 줄기 전체를 밝은 줄무늬가 둘러싸고 있는 것이 마치 울뚝불뚝 힘줄이 튀어나온 운동선수 같다.

참나무 아래에서 산토끼 똥을 발견했다. 팥죽 새알심만 하고 나무 부스러기를 뭉쳐 놓은 듯하다. 뜻밖의 발견이라 한참동안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산토끼는 소화기관이 짧고 일단 대충 소화된 채 배설한 똥을 다시 먹는 방식으로 영양분을 완전히 흡수한다고 한다.

배설물 뿐 아니라 생김새 역시 ‘토끼’하면 연상되는 토실토실하고 귀여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크고 긴 뒷다리로 성큼성큼 뜀박질하는 산토끼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건강한 똥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부를 들은 듯 하다.


산토끼는 오르막길을 시속 60킬로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다리가 짧아서 내리막길엔 약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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